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 탁상행정이 현실적인 사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자책 출판정보 2016.07.05 14:14

'2016년 1인출판사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공고'

https://ebookbaro.or.kr/front/contents/intro.do


전자책 관련해서 대표적인 탁상행정 중 하나가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입니다. 신경도 쓰지 않는, 아니 신경 써봐야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사업인데 최근에 메일과 SNS 포스트로 자주 보게 되어 글을 남깁니다.

탁상행정 : 탁상 위에서만 하는 행정이라는 뜻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전자책 제작비를 지원해 주는데 왜 탁상행정이라고 할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이 사업은 전자책 시장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전자책 지원사업의 혜택을 보려면 2016년 1월에 출간한 책을 2016년 5월까지 전자책으로 만들어 팔 수 없습니다. 1차 선정작 발표를 4월 27일에 했으니 빨리 만들어도 5월 출간입니다. 5개월을 기다려 100%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면 한 푼이라도 아쉬운 영세한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450종 내외만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450종 안에 들지 못하면 몇개월씩 출간이 늦어졌는데 출판사 비용으로 전자책을 제작해야 합니다.

1차가 3월 17일까지 응모하고 4월 27일 발표되었습니다. 450종을 선정한다고 했는데 3월 18일 이후 출간된 책은 2차에 응모를 해서 8월에 발표를 하면, 9월에 출간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운 좋게 2차 대상 도서 380종에 포함이 되면 지원을 받고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3월 출간 도서가 9월에야 전자책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루에 출간되는 종이책이 100종이 넘고, 한달동안 등록되는 전자책은 3,000종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1월부터 4월까지 종이책으로 출간된 책을 대상으로 380종(2차) 내외로 선정을 합니다. 출간될 책을 기준으로 하면 30대 1 가까운 경쟁율입니다. 물론, 현재 상황으로 보면 경쟁율이 높을 것 같지는 않아요. 


선정 기준에 '문화부, 진흥원 추천도서 등 콘텐츠 우수성이 검증된 도서 우선 선정'라고 되어 있으니 출간할 책은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출간될 책을 미리 신청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 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인데, 1월에 출간한 책을 5월까지 전자책으로 출간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선정 제외대상 : 전자책으로 제작되어 기 유통되고 있는 도서


종이책으로 나오자 마자 전자책으로 제작해 등록을 한다면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더 큰 도움이 될텐데 전자책으로 유통되고 있는 도서는 '제외대상'입니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다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며 지원하는 사업이 오히려 전자책 보급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전자책 시장을 이끄는 콘텐츠는 종이책을 출간하지 않는 장르 분야입니다. 유통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매출 기준으로 60%, 판매권수 기준으로 70%~80%가 종이책 없이 전자책으로만 출간하는 책입니다. 전자책의 특성상 '양서'로 분류될 법한 책보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잘 팔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10권 중 7권을 전자책으로 보지만, '사피엔스', '총균쇠' 같은 책은 종이책으로 봅니다. 라디오와 TV는 '방송'이라고 분류되고 MBC, SBS, KBS 처럼 같은 방송국에서 만들지만 담는 형식이 달라 내용과 청취자가 다릅니다. 전자책과 종이책도 같은 '책'이지만 읽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콘텐츠일 수 없습니다.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에서는 어떤 책을 선정할까요? 독자들이 종이책을 선호하는 콘텐츠일까요? 아니면 전자책을 선호하는 콘텐츠일까요? 일단, 전자책 독자들의 70%~80%가 선택하는 장르는 빠져있습니다. 30%가 선택하는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한 콘텐츠 중에서 소설,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의 책이 10%~15%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10% ~ 15%가 그 이외의 분야입니다. 유통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5%p~10%p 이상 차이는 나지 않을거예요.


우선 선정 대상인 '독서인(www.read-kpipa.or.kr) - 정보마당 - 추천도서'를 보면 10% ~ 15% 밖에 점유하지 않는, 장르/소설/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를 제외한 도서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이 전자책으로 선호하지 않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볼 수 있지요.

독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를 집중 지원해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한다면 그래도 다행이겠지만, 100보 양보를 해도 아무 생각이 진행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저 분야들은 전자책 독자들이 이용하는 스마트폰으로 보기 좋은 분야가 아니니까요. 콘텐츠를 집중 육성해도 독자들이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매년 전자책 육성 사업을 진행한다고 이것 저것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출판사에 도움이 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출판을 모르고, 전자책 사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탁생행정을 벌인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은 제대로 운영을 하면 많은 출판사들에게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전자출판산업 경쟁력 강화 및 양질의 전자책 확충'이라는 사업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현실에 맞는 정책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긴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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