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유통 플랫폼 ① 전자책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오해 2/4

전자책 출판정보 2016.06.09 11:13

전자책 서비스는 종이책 출판과 조금 다릅니다. 종이책은 '출판'이고 전자책은 '서비스'라고 구분하는건 이 둘의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비스'라는 단어도 출판계에 있는 분들과 IT업계에 있는 분들의 뜻풀이가 다릅니다. '기획'은 화성어와 금성어 만큼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출판계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업계와의 경쟁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출판사와 네이버가 경쟁관계야?

네. 전자책 이전 시기에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업체들이 '책'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출판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 이후 시대에는 출판사가 없어도 책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는 많이 있습니다. 종이 출판 시대에는 네이버가 백과사전 서비스를 준비할 때 동아 대백과사전이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브리태니커를 '참고목록'에 넣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들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의 URL을 참고목록에 올립니다. 종이 출판 시대에 국어사전 서비스를 준비했다면 민중서림을 찾아갔을거예요. 이제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사용합니다.

만화 작가들은 더이상 인쇄를 위해 만화를 그리지 않습니다. 종이책 시절에는 국배판, 신국판, 문고판 등의 크기를 고려해 만화를 그리고 이 만화가 잘 팔리면 웹에 올렸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고려해 만화를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는 만화를 종이에 인쇄합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종이책 출간을 생각하지 않고 웹에 글을 올립니다. 이들을 3류라고 비웃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3류 작가이 월 1천만원 이상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출간 2주만에 1천부를 파매하는 작가들이 수두룩 합니다.


이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가 네이버이고 카카오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이해하려면 '전자책 유통 플랫폼', '전자책 서비스', '기획(IT 관점에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출판 플랫폼, 출판 서비스, 출판 기획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앞으로 몇회에 걸쳐 이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콘텐츠 표준이 없어 호환이 되지 않는다.[보러 가기]


2. DRM 때문에 하나의 뷰어로 서로 다른 서점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콘텐츠를 보기 위해 업체별로 다른 뷰어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는 DRM 때문이다. 이 말은 반만 맞다. 


2009년에 삼성에서 만든 SNE-60이라는 모델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보면 예스24, 조선일보(텍스토어), 교보문고의 책을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넥스트파피루스라는 업체의 페이지원도, 아이리버의 스토리도 여러 업체의 첵을 지원했다. DRM 때문에 뷰어 하나로 여러 유통사의 책을 볼 수 없다면 이런 기기들은 존재할 수 없다.


하나의 뷰어에 여러 DRM을 적용하는 일은 서비스 혹은 사업적인 이유지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뷰어에 있는 DRM 모듈은 복호화, 인증된 사용자 확인, 사용 기간 확인 등 비교적 간단한 기능을 요구 한다. 그래서 유통사가 이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듈을 제공하면 어떤 뷰어에서라도 교보문고, 리디붃, 예스24의 전자책을 볼 수 있다. DRM 모듈은 DRM의 모든 비밀을 알려줄 수 있는 소스코드가 아닌, 필요한 기능만 사용하고, DRM의 비밀까지는 확인할 수 없도록 컴파일 된 SDK 형태로 제공을 한다. 뷰어 개발자는 DRM을 통해 콘텐츠를 복호화시키고 자신들의 뷰어에서 열어볼 수 있게 할 수는 있지만, DRM 자체를 해체시키지 못하고, 뷰어 개발사도 자신들이 제공한 SDK에 해당 뷰어에서 누가 언제 어떤 콘텐츠를 다운로다 받고 열어봤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기 때문에 불법복제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유통사는 'DRM이 전자책 활성화를 방해하는 주범이다'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일까?


업체별로 다른 뷰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업체별로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DRM 문제가 아닌 서비스의 문제다. 이용자들은 책을 구매하고, 다운받아, 열어서 보는데 무슨 서비스냐 하겠지만, 구매에서 책을 보기까지, 그리고 보는 과정에서 행하는 여러 행동들은 아주 복잡한 시스템을 거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어떤 업체는 EPUB2와 이미지를, 어떤 업체는 EPUB2와 EPUB3를, 어떤 업체는 자체 포멧의 파일과 EPUB2를 지원한다. 어떤 업체는 연재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업체는 만화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기기에서 여러 DRM을 처리하는건 간단하지만, 한 기기가 업체별 서로 다른 서비스를 모두 지원하기는 아주 어렵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들인 비용만큼 수익을 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유통사가 원하는 서비스를 뷰어 제공 업체가 100%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아주 간단한 예로, 네이버 서비스를 보자. 네이버는 EPUB/이미지 뷰어 기반의 네이버 북스 서비스와 이미지 연재 기반의 웹툰, 텍스트 연재인 웹소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보는 뷰어는 모두 다르다. 네이버 북스, 네이버 웹툰, 네이버 웹소설을 각각 다른 앱으로 봐야한다. 네이버 같은 IT 전문 기업조차 서비스를 나누는데 '전자책'이라고 뭉뚱그려 유통사별로 서로 다른 서비스를 뷰어 하나에서 이용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 DRM 때문에 하나의 뷰어로 여러 유통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게 아니고 유통사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서로 달라(독자들은 똑같다고 느끼겠지만 버스와 지하철 만큼 달라) 뷰어를 통합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운송수단이니 버스도 지하철처럼 철길을 깔고, 전력선을 세워 10량씩 운행하면 공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길막힘도 없을 것 아니냐는 얘기와 비슷하다. 승객 입장에서는 문이 열리면 표를 내고 원하는 지점까지 이동하는 수단이니 버스와 지하철이 별 차이 없어보여도, 버스기사와 지하철 기관사의 입장에서는 둘은 전혀 다른, 서로 통합될 수 없는 운송서비스일 것이다. DRM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왜 통합이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다.


DRM이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DRM이 뭐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럼 왜 DRM이 문제냐고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 신문 기사로 본 얄팍한 지식으로 'DRM이 달라 책이 열리지 않는다'는 수준의 답을 할 뿐이다. 이 말 역시 반만 맞다.


디지털 권리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DRM)는 책, 영상, 음원, 이미지 등의 디지털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술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는 종종 복사 방지, 기술 보호 장치와 혼동하기도 한다. 앞의 두 용어는 디지털 권한 관리 설계의 일부로, 이런 기술이 설치된 전자장치 상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사용을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지칭한다.(출처 : 위키피디아/디지털_권리_관리. 일부 내용 수정)


DRM은 콘텐츠의 사용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혼동하기도 한다'는 복사 방지, 기술 보호 장치 까지 DRM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으며 사용할 때 뿐 아니라 유통사의 서버에 저장할 때도 DRM을 걸어놓는다. 해킹을 당해 서버에서 직접 콘텐츠를 빼내더라도 파일이 암호화 되어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DRM은 다른 역할도 있다. DRM은 단순히 인증 받은 기기에서 콘텐츠가 열리도록 제한하는 기능이 아니다. 이 사람이 콘텐츠를 다운받을 권한이 있는지, 언제까지 다운받을 수 있는지, 언제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 이용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처리를 할지 등 서비스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페이지 일부만 보게 하는 것도 DRM 시스템이 담당하고 있다. 쉽게 말해 구매부터 콘텐츠를 열어보기까지 모든 과정이 DRM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SNS 이용이 늘어나면서 책속의 좋은 문장을 공유하는 기능이 뷰어에 담겨있다. 그런데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공유를 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된다. 예전에는 본문 텍스트 선택 자체를 막았지만 공유를 위해 텍스트 선택을 열어뒀으니 얼만큼 선택이 가능하게 할지, 몇 번까지 공유를 하게 만들지 등을 제한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DRM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이 역시 DRM의 역할이다.


유통사별로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DRM을 통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DRM을 통일시키겠다는 프로젝트를 들여다 봐도 DRM 자체를 통일시킨다기 보다는 콘텐츠의 암호화/복호화 방식을 통일시키는 수준일 뿐이다. 콘텐츠의 암호화/복호화 기술을 통일시키면 교보에서 산 전자책을 예스24 뷰어로 볼 수 있을까? EPUB2로 제작된 책은 가능하다. 그런데 교보에서 판매중인 EPUB3 콘텐츠 '미움받을 용기 - 음악이 들리는 ebook'은? Sam 서비스 역시 예스24 뷰어로는 이용하기 어렵다. 네이버 N스토어에 있는 연재 콘텐츠를 교보문고 뷰어에서 보고싶지 않다. 연재는 결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DRM이 통일된다고 해도 네이버가 교보에 결제모듈까지 연동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MP3를 예로 들면서 non-DRM이라면 뷰어가 통합될 수 있지 않겠냐고 얘기한다. 그런데 MP3 플레이어는 통합되어 있을까? 단순히 음악을 듣는 서비스라면 non-DRM MP3 파일은 어떤 플레이어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MP3는 음악을 듣는 서비스에 치중되어 있어 플레이어(전자책에서라면 뷰어) 통합된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용율은 낮아도 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MP3 파일이 존재한다. 그리고 음악 서비스는 MP3로만 제공되지 않는다. MP3 뷰어가 정말 통합되어 있다면 멜론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벅스에서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다면, m4b 포멧을 보자. 이 역시 MP3에 기반한 파일이지만 오디오북을 위해 만들어졌다. 일반 MP3 플레이어에서는 m4b 포멧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지원을 하더라도 m4b가 제공하는 오디오북에 특화된 기능은 지원하지 못한다. 그래서 별도의 오디오북용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음악 CD를 음원 손실 없이 추출해 주는 유형의 포멧도 있다. 이 파일은 mp3처럼 음악별로 하나의 파일로 저장되는게 아니고, CD가 통으로 하나의 파일이 된다. 많은 MP3 플레이어가 이 포멧을 지원하지만 제대로 듣기는 어렵다. 대부분 CD의 1트랙부터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플레이어는 파일 안에 있는 음악을 트랙별로 선택해 들을 수 있고, 다른 파일과 목록 구분 없이 플레이할 수도 있다.

MP3 역시 서비스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에 최적화 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전자책 역시 서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통사별로 서로 다른 뷰어를 사용하는 것이지 DRM이 통합되지 않아서 서로 다른 뷰어를 이용하도록 강요하는게 아니다.


DRM은 단순히 콘텐츠의 불법 유통을 막는 장치가 아니다. '전자책 서비스'의 구석 구석에 DRM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DRM만 단독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DRM은 회원정보와 연결되어 있고, 결제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DRM 때문에 하나의 뷰어로 여러 유통사의 콘텐츠를 볼 수 없는게 아니고 '전자책 시스템'과 '전자책 서비스'가 유통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뷰어를 통합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유통사가 EPUB2, EPUB3를 지원하고, 회원관리도 하지 않으며 콘텐츠를 일정 기간만 다운받을 수 있게 한다면 DRM 통합이 가능하다. 이런 서비스라면 DRM에 콘텐츠 사용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구매자)의 정보를 담아 암호화시킨 후 통합뷰어가 이를 복호화 할 수 있도록 하면 쉽게 통합뷰어를 만들 수 있다. 독자들이 음악만 듣는 MP3 다운로드 방식의 서비스를 이용하듯이 텍스트 중심의 책만 읽어도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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