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수상에 대한 불편한 심정

한강의 맨부커 상 수상 소식이 언론과 신문에 가득하다. 그런데 이런 소식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2007년 출간된 책이 국내에서 주목받지 못하다 영국 문학계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불편이다. 한강이 상을 수상하기 전에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고 있던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강은 한국에서 정말 인기 없는 작가 중 하나였다. 한강을 너무 사랑하는 한 지인이 그녀의 작품을 칭찬하며 '하지만 절대 팔리지 않지요.'라며 아쉬워 하던 일이 생각난다. 나도 그 지인이 아니었다면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갑자기 맨부커상이 세계 3대 문학상이 된 것도 불편하다. 맨부커상이 언제부터 세계 3대 문학상이었는지 궁금하다. 어느 서점도 맨부커상이 발표되는 날, 서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수상작을 올려놓은 적이 없었다. 맨부커 상이 발표되는 날을 알고 있는 출판계 관계자 역시 없었다. 위키피디아에도 맨부커상이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 얘기는 없다(2016년 5월 19일 기준으로). 맨부커상의 진실은 영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일 뿐이다. 프랑스에서 권위있는 상이 공쿠르고, 미국에서는 강한 자본주의 성향으로 인해 '인기'를 기준(다른 여러 기준도 있지만)으로 뽑는 퓰리처 상이 있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프랑스 공쿠르보다, 영국의 맨부커보다 퓰리처상 수상작이 더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한강이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고 갑자기 이 상이 퓰리처를 제치고 세계 3대 문학상이 됐다. 무슨 기준으로 맨부커 상이 세계 3대 문학상이 됐을까?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문화를 기준으로 한 권위있는 문학상이 있다(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졌지만). 맨부커상은 이런 여러 국가별 문학상들 중에 영국에서 권위있는 영국의 문학상일 뿐이다.


얼마 전에 한 외국 언론에서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노벨상을 원한다'는 기사가 났다. 한강의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한강의 작품이 상을 받았다. 창피할 일이다. 한강의 작품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나? 한국 사람들이 관심갖지 않던 작품이 영국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건 정말 창피하고 불편한 일이다.


한강을 좋아하는 지인이 남긴 말이 앞으로의 현실이 될거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 수상까지 했으니 전작들도 죽죽 나가겠군. 섭섭한 감은 없지 않지만 한 강의 소설들은 어느 것이나 아름답고, 읽고 되새길 만한 가치가 있다. 한 강 언니, 이 기회에 돈이나 많이 버세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큰 상을 받았는데 섭섭해 하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지금까지 관심도 없다가 맨부커상을 받았다고 한강 작품을 사보려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 섭섭함을 이해 할 수 업을거다.


끝으로... 한강 작가님, 그동안 쓴 글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힘드셨을텐데, 이 기회에 돈이라도 많이 버세요. 그래야 언론에서, 독자들이 뭐라 떠들든, 작가님의 작품을 쓸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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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어제 최영미 시인이 '근로장려금 대상'자가 됐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단다. 시를 읽지 않는 나조차도 제목을 알고 있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베스트셀러 시인이었다. 조금 웃푼 얘기인데, 한강 작가도 상을 받지 못했으면 이런 상황이 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을 받으셨으니 다행이다. 진심으로 돈 많이 버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계속 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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